본문 바로가기

영화

나의 인생 영화 크루엘라, 기가 막힌 연출과 서사 그리고 OST.

101 달마시안의 반반 단발머리의 빌런역 크루엘라의 스핀오프 격 실사영화입니다. 디즈니에서 제작한 악역이 주인공인 영화로는 말리피센트 시리즈 다음으로 두 번째입니다. 남다른 패션 감각으로 런던을 휘젓고 다닌 크루엘라의 모습에서 101 달마시안의 악역 크루엘라의 모습은 기억하기 힘듭니다. 같은 존재라기엔 크루엘라 드 빌의 크루엘라는 신경질적이지만 멋지면서도 그녀의 방식으로 가족을 챙기는 선한역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통속적인 선한 캐릭터와는 거리가 있죠. 뛰어난 연기의 엠마 스톤 그리고 악역 엠마 톤슨이 열연한 영화, 크루엘라입니다.  

 

크루엘라 포스터
크루엘라 포스터

 

에스텔라? 크루엘라? 태어날 때부터 특별한 그녀는 누구인가. 

영화의 시작은 주인공 크루엘라가 태어나는 순간을 비춰줌으로 시작합니다. 영국의 어느 집, 크루엘라는 우렁찬 울음소리를 내며 태어납니다. 태어날 때부터 개성이 강했던 크루엘라는 순종적이고 착한 말을 쓰는 에스텔라와 신경질적이지만 못된 행동은 하지 않는 크루엘라의 자아를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엄마는 크루엘라의 사회활동을 위해 크루엘라가 아닌 에스텔라로 살길 바랍니다. 하지만 개성이 강한 크루엘라는 주변 아이들의 괴롭힘에 묵묵히 당하지 않고 그대로 되돌려줍니다. 여자아이라고 해서 무시하고 힘으로 제압하려고 했던 못난 남자아이들은 크루엘라에게 사사건건 쓴 맛을 보게 되죠. 하지만 이런 모습으로 인해 사고를 저지르는 아이라고 낙인이 찍혀버리고 맙니다. 결국 학교에서 퇴학처리를 당할 뻔했지만, 엄마의 재치로 자퇴로 해결을 합니다. 그리고 런던으로 향하던 모녀는 어느 거대한 성에 잠시 들리게 됩니다. 여기에서 엄마는 도움을 청하기 위해 한때 알고 지냈던 부자인 남작부인을 찾습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사건으로 인해 크루엘라는 엄마와 헤어지게 됩니다. 엄마의 죽음이 본인의 탓인 줄 착각한 크루엘라는 그로부터 성인이 되고 남작부인을 다시 만나기 전까지 엄마에 대한 죄책감과 그리움을 가지고 자랍니다. 크루엘라가 아닌 에스텔라로 살며, 좀도둑질을 하며 생계를 이어갑니다. 그러 생활을 하던 중 자꾸만 런던의 백화점 광고에 눈길을 뗄 수가 없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가족과 다름없는 제스퍼는 그녀의 흥미로움을 눈치채고 이력서를 변경해 백화점에 취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뛸 듯이 기뻐하며 백화점에 일을 하게 되지만, 패션을 위한 업무가 아닌 하루종일 바닥청소하는 일만 하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홧김에 마신 술 한 모금이 에스텔라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빠른 전개로 지루함을 느낄 새도 없이 에스텔라가 흑백의 반반머리를 가직 신경질적이나 능력 있는 크루엘라고 변화하는 과정을 담습니다. 그 과정에서 에스텔라의 친엄마가 남작부인으로 밝혀지고, 남자부인의 하녀였던 길러준 엄마의 죽음 또한 남작부인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자 복수를 결심하는 장면은 관객을 울컥하게 만들었습니다. 크루엘라로 남작부인에게 골탕을 먹여주는 장면에서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복수의 대상이 자신의 친엄마였고, 낳자마자 버렸다는 사실은 강한 주인공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냈습니다. 그리고 상처 입은 어린 영혼은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해 주다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길러준 엄마 캐서린에게 작별을 고하게 됩니다.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과, 친엄마의 하녀이면서 피도 안 섞인 자신을 귀하게 지켜주며 길러준 캐서린에 대한 죄책감은 크루엘라를 더욱 복수의 화신으로 만들게 했습니다. 캐서린에 대한 미안함이 짙은 화장을 했음에도 고스란히 드러나는 건 엠마 스톤 배우의 연기가 그만큼 탁월했음을 말해주는 것일 겁니다. 악동 같은 행동을 하고, 가족도 필요 없을 만큼 거친 말투, 진한 화장을 했지만 엄마에 대한 사랑은 그 누구보다 깊었던 딸이었음을 관객은 알 수 있었습니다. 엄마인 캐서린이 신신당부했던 크루엘라를 버리고 에스텔라라고 살라고 했던 이유를 깨닫는 장면도 두 개의 인격이 대비되는 훌륭한 연출이었습니다. 

 

Back to the  1970! 화려한 패션의 시작점, 1970년대를 노래하다! 

영화 크루엘라의 배경은 1970년대입니다. 크루엘라가 초등학교를 입학하는 1960년대의 소품과 디자인 그리고 패션을 감상할 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하게 되면 가장 기대되는 것이 동화 같은 화면을 어떻게 구현해 낼까인데, 크루엘라는 당시 파격적인 패션과 고풍스러운 디자인을 함께 보여주는 과감한 시도를 했습니다. 제작 확정을 2011년에 하고 크랭크인을 2020년대에 들어와서 했으니, 그동안 준비기간만 상당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준비기간만큼 관객들의 호응도 좋았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건 화려함과 귀에 익은 유명한 팝송이 영화 내내 흘러나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특히 Nina Simon의 Feeling Good은 여주인공의 감출 수 없는 당당함을 표현하는 탁월한 선곡이었습니다. 웅장한 현악기의 독특한 템포와 허스키하면서도 낮은 Nina Simon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Feeling Good은 에스텔라가 하우스 오브 바로네스로 출근하는 장면에서 나옵니다. 온갖 멸시를 받으면서 근무했던 에스텔라가 런던 백화점에서 쫓겨나다시피 해고될 줄 알았지만 결국 디자이너가 되는 장면을 극대화시켜 주는 장치가 되었습니다. 그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았던 에스텔라의 재능을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버린 친엄마 남작부인의 눈에 띄게 되어 디자이너의 길을 걷게 됩니다. 새벽 5시부터 시작하는 디자이너로서의 업무를 하기 위해 타이트한 정장에 하이힐을 신고 등장하는 에스텔라는 그 누구보다 당당합니다. 로코코 시대를 연상하게 만드는 패션쇼부터 상류층이 즐겨 입을 것 같은 우아한 드레스와 정장을 디자인하여 만드는 남작부인의 작품들은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듭니다. 옷의 색감, 디자인,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나타내는 요소까지, 영화의 미장센은 소품과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할 정도입니다. 더욱이 우아함과 거리가 먼 펑키한 인물들도 나와 재미의 요소를 한껏 살렸습니다. Old generation을 대변하는 것이 남작부인이라면 New and young generation을 대변하는 것은 크루엘라일 것입니다. 제작진이 영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두 가지 테마 모두 과하지 않게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영화 장면도 등장인물들의 생김새도 평범한 것보다 특별하고 특이하게 나오지만, 이상하게도 오버스럽지 않게 느껴지는 점은 이 영화의 최고의 장점이라 볼 수 있습니다. 단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실사화가 아니라, 그 이상의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기가 막히게 참 잘 만든 영화, 크루엘라! 

보통 재미있으면 '재미있다'라는 포현이 대다수입니다. 하지만 크루엘라는 정말 '기가 막히게' 잘 만들었습니다. 기승전결이 완벽한 스토리도 그 몫을 하지만 만화적인 요소까지 합쳐지니 이제 것 감상했던 영화 중에 손에 꼽힐 정도입니다. 드라마라는 장르를 표방하고 있지만, 판타지, 스릴러, 어드밴처의 장르까지 총 망라하니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2023년 현재보다 약 50년 전의 배경을 갖고 있으면서도 상당히 세련되고 스타일리시하며, 작품의 세계관이 어쩌면 디즈니라는 틀 안에 있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입니다. 하얀색과 검은색의 반반 머리를 하고 나오는 크루엘라는 에스텔라와 크루엘라라는 반반 인격을 갖고 있습니다. 참 인상적인 장면은 영화의 시작에서는 '잘 가, 크루엘라'라 말하고, 영화의 마지막에는 '잘 가, 에스텔라'라고 말하는 점이었습니다. 시작과 끝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기어이 찾아내고 확실시한 부분이라 통쾌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그리고 어릴 적에 보았던 크루엘라는 선량한 부부와 달마시안 강아지 무늬에 미친 이상한 악역으로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 틀을 과감히 벗어던졌다는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평면적인 악역에서 멈추지 않고, 입체적으로 캐릭터를 그려낸 작품들을 저는 상당히 좋아합니다. 말리피센트도 그러했는데, 크루엘라는 평범하지 않은 여자의 성공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영화를 보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튀지 않고 다른 이들과 비슷비슷해야만 살아남는 경쟁사회에서 그 누가 봐도 톡톡 튀며, 사람들의 관심을 전혀 부담스럽게 느끼지 않고 오히려 즐기는 모습은 대리만족까지 시켜줍니다. 등장인물들 누구 하나 연기를 못하는 이 하나 없었고, 다양한 인종이 나온 것도 인상 깊었습니다. 크루엘라 2편도 곧 나온다고 하니, 그전에 감상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 인생작 크루엘라였습니다.